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과 앞에서 "계엄 선포를 궁극적으로 막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당은 정국 안정을 앞세워 섣부른 탄핵보다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논리를 펴는 데 집중했고, 야당은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자기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한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국민 앞에 허리를 굽혀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 총리는 처음에는 "사죄인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서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단상 옆으로 이동해 허리를 숙였다. 국무위원들 역시 서 의원의 요구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으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만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어 야당 의원들의 비난을 대거 받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계엄 사태 자체보다는 현 상황을 봉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데 집중했다. 정국이 위기에 닥친 상황에서 계엄에 동의하지도 않았던 국무위원들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 총리에게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는지 물었고 한 총리는 "전원 다 걱정하고 반대했다"며 "국무위원들이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진행이 된 것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담화가 (국회의) 탄핵 폭주, 예산안 폭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엄을 대응책으로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합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고도의 통치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가 야당 의원들과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 반박받기도 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이들에게 내란의 의향이 있다고 보나"라며 "우리가 인민재판식으로 이래서야 되겠는가"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계엄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논리로 위원들을 비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계엄 전 국무회의가 개회 선언과 안건 상정 등 절차적인 부분이 확립되지 않아 정식 국무회의가 아니지 않냐고 짚자 한 총리는 "절차적이고 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며 "정식 국무회의라고 해야 할지, 국무위원들의 회의라고 해야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총리도, 국무위원들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제대로 반대 의사를 표한 국무위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비판하며 "계엄을 막고 싶었다면 왜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기다렸느냐"고 꼬집었다.
야당은 한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대국민담화에서 공동 발표한 '정국 안정방안'에 대해서도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꿈꿨느냐. 국민은 한 총리와 한 대표에게 국정을 위임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이러느냐"라며 "이것은 반란이자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해당 담화는) 어려울 때일수록 당정간 협의가 긴밀해야 한다는 의미로 진행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지 개인에 의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