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온스타일 '블랙아웃' 초강수
매출연동 등 정부 개입 불가피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지연상태
국내 미디어산업이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홈쇼핑 채널과 케이블TV 사업자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결국 '블랙아웃(채널중단)' 사태로 이어지면서 시청자 피해가 현실화됐다. 여기에다 지상파, IPTV와 K-OTT가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세에 힘을 급속히 잃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쟁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가 이어지면서 미디어 산업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 협상 결렬로 지난 5일 0시부로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대한 송출을 중단한 이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딜라이브와 CCS충북방송은 법원에 방송제공 중단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은 CCS충북방송이 CJ온스타일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딜라이브가 낸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은 오는 16일로 예정됐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모두 같은 건인 만큼 재판부에 사건 병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대가검증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사업자간 갈등 조율에 나서고 있지만, 그간 곪은 송출수수료 갈등 매듭이 쉽게 풀리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홈쇼핑 사업자가 초유의 '블랙아웃'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방통위의 역할론이 부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협의체를 열어 중재에 나서긴 했지만, 사업자간 협상이라 원천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 송출중단에 대한 시정조치 등은 규제·감독기구인 방통위의 몫인데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라 당장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CJ온스타일뿐 아니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다른 홈쇼핑 사업자들과도 연쇄적인 갈등 격화가 우려된다. CJ온스타일과 SO 간의 갈등 결과가 향후 다른 사업자와의 송출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CJ온스타일의 송출 중단 사태로 인해, 그간 정부가 개입을 덜하기 위해 도입한 재승인 폐지 등의 노력이 수포가 됐다"며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명분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 만큼 (정부가) 심판 역할을 하고 향후 단자나 모바일 매출 연동 문제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간 갈등 조정뿐 아니라 급변한 미디어 시장 상황을 고려한 규제 개선도 '올스톱' 상태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규제하는 '통합미디어법'을 제정한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정쟁으로 인한 '식물 방통위' 상태에 처하면서 구체적인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방통위는 여야 정쟁으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쪼그라들면서 4개월 가까이 업무 마비 상태인 '식물 위원회' 상태다. 1인 체제로는 회의를 열거나 의결이 불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 규제 개선과 관련, 몇년간 방통위가 과기정통부와 논의를 거치며 양 부처간 세부 의견 차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합리적인 방안이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 정국이 안정돼 하루빨리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해야 실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현행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은 방발기금 구조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단순 중재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근본적인 규제 개혁과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