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원료 원가 부담 높아져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불투명
美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 안갯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불투명
美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 안갯속
격동의 K-바이오(1)
제약·바이오 산업현장이 때아닌 정치 리스크에 휩쓸리고 있다. 기업들은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료현장의 혼란에 이어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불안한 환경에 처했다. 올초 병원 '전공의 사직' 사태로 여전히 영업과 임상 활동이 위축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근 계엄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급변하는 정치 이슈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 기술혁신과 미래 투자에 승부를 걸고 있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0원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 정국의 여파로 급등해 9일 한때 1438.3원까지 오르며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 의약품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사의 비용 부담이 높아진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사용 원료의약품 중 70% 상당은 인도, 중국 등 수입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원료에 대한 원가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용 약물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수입 원부자재 비용 부담도 커져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영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2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사태도 제약·바이오 업계에 어려움을 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의약품 공급을 위한 영업·마케팅 활동 위축에 이어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에도 차질을 빚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을 상대로 직접 영업을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어려움이 컸다. 제약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도 일선 병원에서 제약사 영업 인력의 병원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임상시험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기존에는 전공의들이 임상 환자 모집을 담당했는데, 의대 교수들이 수술, 중환자 관리, 외래, 당직까지 서다 보니 임상시험 관련 활동은 여전히 뒤로 밀리고 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여파까지 덮쳤다. 바이오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할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연구개발, 인허가 등 바이오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로 기획됐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 맡아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대통령의 직무가 배제되면서 위원회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해외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됐던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 법이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제외돼 독자적인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법안으로, 이번 개정안에는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여러 조치가 포함됐지만 생물보안법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생물보안법은 BGI그룹, MGI테크, 컴플리트제노믹스,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특정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현재로선 내년 1월 새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올초부터 이어진 정치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자 기업들의 투자 심리도 악화된 상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조로 내년 초에는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탄핵 정국으로 힌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비상장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약은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 정책이 갖는 리더십도 중요한 요소인데 탄핵 정국에 맞물리면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무산되는 등 부정적인 환경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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