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전쟁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2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전쟁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컨플릭트
데이비트 퍼트레이어스·앤드류 로버츠 지음 / 허승철·송승종 옮김 / 책과함께 펴냄
책은 미국의 저명한 군사전략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와 영국의 군사사학자 앤드루 로버츠가 협력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최근의 가자 전쟁까지 약 80년에 이르는 전쟁의 진화 과정을 예리하게 분석한 결과물이다. 책은 전쟁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 분쟁만을 다루고,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만 집중한다. 말하자면 어떤 전쟁이 전술이나 신무기 등 어떤 방식으로든 진화를 보였다면 책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대전차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진 욤키푸르 전쟁, 대규모 탱크 공격 전술을 사용한 걸프전은 다루었지만, 여느 전쟁들과 동일한 전략적 교훈을 지닌 전쟁은 검토하지 않았다.
책의 포문을 여는 중국 국공내전은 마오쩌둥의 소규모 게릴라 부대가 서방이 지원하는 정부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은 핵무기 개발 이후 '상호확증파괴'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제한전이 수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필사의 의지를 가진 시민군이 5개국 연합군을 패퇴시킨 이스라엘 독립전쟁, 중공군의 교리에 영감을 받은 베트민 세력이 프랑스군을 압도한 디엔비엔푸 전투, 고전적인 기습 전쟁인 6일 전쟁(3차 중동전쟁), 대리전의 전형을 보여준 엘살바도르 내전 등을 다루었다.
책은 과거와 현재의 전쟁에서 지도자들이 범한 실수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도 분석했다. 저자들은 군사 지도자들이 기술적 우위를 맹신하거나, 적의 전략을 과소평가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드러난 병참 부족과 군사적 준비 미비가 전쟁 초기의 실패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책은 새로운 군사기술과 무기의 등장, 군사 훈련, 군사 교리, 음모, 동맹, 부사관의 역할, 정보 경쟁 등 전쟁의 결과를 좌우하는 모든 요소를 분석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전략의 특성을 도출해냈다. 이를 통해 지도자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이고, 향후 인류의 대응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책은 현대 전쟁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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