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면서 지난해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점검 관련 배경과 결과를 거론했다.
이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계엄사태 당시 소수의 계엄군이 선관위 전산실에서 사진을 촬영한 것은 서버들을 가져가기에 앞서 배선 등 시스템 구성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선관위 대상으로 수행한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해커가 마음 먹으면 내부 선거망까지 침투해 유령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용지 무단인쇄가 가능하고, 데이터베이스(DB)의 결과 값을 바꾸거나 투표지분류기에 악성코드를 심으면 개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모의해킹 결과다. 국정원은 앞서 2년간 선관위에 통보했던 북한발 해킹공격 7건을 중심으로 점검을 했고, 그 중 선거에 영향을 끼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또한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이 곧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보보호 분야 전문가는 "당연한 말이지만, 보안 취약점 발견이 곧 침해 사고 발생은 아니다"라며 "실제 해킹 피해를 입는 것, 나아가 그로 인해 투표 결과가 조작되는 것은 각각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설령 우리도 모르는 심각한 해킹 건이 있었다 해도 우리나라의 선거 시스템은 전자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점검결과 공개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허술한 보안태세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을 뿐, 수개표가 동반되는 실제 환경에서 조작이 이뤄지긴 어려우므로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다고 봤다. 최근의 북한발 사이버공격 또한 국방·방산 분야 등이 주요 타깃이 되는 추세로 전해진다.
한 정보보안업계 관계자는 "어디든 지속적으로 보안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국정원과 KISA 전문가들이 이미 점검한 사안에 대해 갑작스레 군에서 또 할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이버공격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것인데, 적어도 지난해 점검 이후 선관위가 크게 뚫렸다는 얘기는 딱히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선관위 또한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자료를 내면서 "보안컨설팅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북한 해킹으로 인한 선거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일부 취약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실시 전에 보안강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한 사이버안보 분야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도 부정선거 이슈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인데, 만약 실제로 그런 심각한 위협이 있었다면 지난해 점검 때는 왜 발표·조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담화 내용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낸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탄핵심판이나 내란죄 기소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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