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전삼노)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탄핵 정국에 산업계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이미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현실화된 가운데, 반도체 산업마저 셧다운(일시가동 중단)이 발생할 경우 국내 수출 산업 경쟁력이 취약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 내부에서도 집행부의 '정치활동'에 강한 반발이 나와,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노노갈등 등 산업계 파장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윤석열 탄핵 집행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리는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전삼노는 "자율적으로 참석해주시면 된다"고 조합원들에 공지했다.
이날이 토요일인 만큼 당장 파업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파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삼노는 노조원들에 "폭거에 맞선 민주주의 시민과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반민주적 계엄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러한 의중을 내비쳤다. 14일엔 2차 탄핵 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앞서 자동차업종은 이미 파업이 현실화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5~6일 이틀간 부분파업에 나선 데 이어, 전날인 11일에는 총파업을 강행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전날 2만6000명이 넘는 전체 조합원이 4시간 파업에 나섰고, 2000명이 넘는 충남 현대제철 비정규직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또 경기 대한솔루션, 모비스안양, 모비스화성, 한온시스템대전사내하청 등도 파업에 참가했다.
현대차와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5~6일 부분파업에 참여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5~6일 파업에 나선 사업장이 전국 100곳, 6만8296명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노조 등도 금속노조 산하에 포진하고 있어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계 파장이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속노조는 오는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추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14일 탄핵 소추안 표결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국내 수출 품목 1~2위 업종으로 수출을 넘어 국내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1390억달러)·자동차(723억달러)의 올해 수출 추산치는 2113억달러로 올해 전체 예상치(6850억달러)의 31%를 차지한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삼노 집행부가 전날 '대통령 탄핵 집행 투쟁 연대' 방침을 공지하자, 조합원들은 "전체의 의견이 아닌데 전체의견으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노조에서 왜 정치활동까지 하냐", "윤통(윤 대통령)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전삼노 조직 이름을 걸고 발표를 내냐" 등의 거부감을 표시했다. 또 "발표 내기 전에 조합원에게 사전 공지도 없이 유감", "조합비 1도 사용하지 말라" 등의 불만도 나왔으며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입장도 다수 보이고 있다.
전삼노는 금속노조는 산하에 있지 않지만,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놓고 금속노조 가입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 바 있다. 지난 5월29일 전삼노의 첫 파업관련 기자간담회에서는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번 정권 퇴진 요구에 대해 "계엄 포고령에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문구를 담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 결사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저항 수단을 '사회혼란'이라는 딱지를 씌워 억압하려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적 성향, 진영, 프레임과는 무관하게 바라본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