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하고자 '내년 2~3월 하야, 4~5월 대통령선거' 퇴진 로드맵을 제안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지면서 여권 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계엄 해제에 적극 나섰던 한동훈 대표를 주류 친윤(親윤석열)계에서 축출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퍼졌다. 반면 소수파 친한(親한동훈)계는 '윤 대통령 탄핵 불가피' 입장과 더불어 '친윤 거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치르는 원내대표 경선도 '원조 친윤' 5선 권성동 의원이 출마하고, 비주류 4선 김태호 의원이 입후보하면서 계파 대결 격화 양상까지 보인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 심판에 적극 대응할 계획으로 11일 알려졌다. 여당 '정국 안정화TF'가 낸 내년 2~3월 하야안(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한 대표는 침묵한 가운데 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이 이날 SBS라디오에서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경계하면서도 "만약 대통령실이 '탄핵해 달라' 얘기하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원내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안이 다시 국회 표결에 오르면 참여, 찬성하겠단 주장이 잇따랐다. 소장파 김재섭 의원이 이날 국회 기자회견으로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달라"며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고 했다. 지난 7일 첫 탄핵안에부터 찬성한 안철수·김예지 의원, 찬성표를 예고한 조경태·김상욱 의원에 이은 5번째다. '표결 참여' 입장인 배현진 의원 등도 찬성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 주자인 김태호 의원도 친윤계가 주도했던 '당론 불참'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들을 만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자유투표'를 강조했다. '계파 싸움' 지적엔 "그런 게 있다면 제가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여당 소속 22명이 찬성, 14명이 '기권'표를 던진 만큼 비주류 세(勢) 확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원하는 것으로 확실시되면 친윤계도 찬성 표결에 가세할 수 있고, 한 대표와 각을 세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 축출 공세 정황은 계속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팬카페와 강성 친윤 유튜버·커뮤니티, 정치권·언론 일각에선 친윤계와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사퇴 설득을 통한 '지도부 붕괴' 시나리오, 한동훈·장동혁 불화설 등을 거론했다.
10일 본회의에서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이 반한(反韓)성향 유튜버 겸 커뮤니티 운영자와 '한 대표 및 탄핵안 표결 참여 의원 징계' 추진을 1대1 문자로 논의한 정황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같은 한 대표 축출론은 친한계의 '친윤 원내대표 불가론'을 초래했다.
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난 윤석열 정부에서 일한 적도 없고, 호가호위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선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중진의원 중심으로 차기 원내대표 후보를 물색했지만 모두 고사했다. 이후 우리 당의 많은 의원분들이 저에게 출마를 권고했다"며 중진그룹 지지를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친윤계가 합심해 한동훈 체제 붕괴시킨다거나 제2의 이준석 대표 사태를 만든다는 음모론이 제기된다"며 "정말 모멸적"이라고 항변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