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
퇴진 거부 "국민과 함께 싸울것"
조기 대선 획책이 '국헌문란'
계엄 참여자 증언과 말 달라
담화 후 탄핵 찬성의원 늘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12·3 비상계엄'은 "국정마비의 망국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담화에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임기를 포함한 결정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날 담화에선 180도 입장을 선회해 비상계엄은 헌법에 부합하며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독재로 마비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사과 담화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당정이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 논의돼왔다. 국민의힘은 내년 2월이나 3월 하야하는 방안을 윤 대통령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하야 보다는 차라리 탄핵을 택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에서 법리를 다퉈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29분의 담화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3일 밤 계엄을 선포할 때 든 거야(巨野)의 막무가내 탄핵과 특검 남발, 치안 및 차세대 원전 관련 예산과 재해대책 예비비 등을 대폭 삭감한 초유의 감액예산 등으로 정부의 기능이 마비됐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이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놀랐다며, 그럼에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조사를 완강히 거부해 평상의 방법으로 선관위 시스템을 점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국방장관에게 점검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2020년 4·15 총선과 지난 22대 총선 관련 부정선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계엄군 진입과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을 들며 정부가 형법의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려한 데 민주당이 반대한 것도 지적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박탈과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 등도 야당의 용공성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면서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닙니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하는 '내란죄'가 근거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우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지 않았고, 국회 해제 요구에 지체 없이 해제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계엄군 동원도 수백명에 그치고 실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헌법학자들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번 담화의 내용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야당의 탄핵, 특검 남발은 대다수 국민이 공유하는 문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계엄 선포 당시의 격앙된 모습에 비해 가라앉은 모습이었지만, '광란의 칼춤' '괴물' 등 대통령의 언사로선 적절치 않은 말이 들어 있는 등 여전히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면이 있다.
특히 '극단의 수단'인 계엄을 국정정상화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데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70%를 넘는다.
민주당이 국정 훼방의 주범이고 반헌법 집단이라면 왜 진즉 행정부에 부여된 위헌정당해산제소권을 활용하지 않았는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 해산에 활용했던 방법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5일 전 자기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해 놓고 오늘은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며 자기 스스로 얘기를 부정했다"고 평했다. 신 교수는 "지금 수사 중 나오는 증언들과 윤 대통령의 말이 배치돼 국민은 누구를 믿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담화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이 입은 충격에 비하면 설명이 빈약하다. 그에 따라 국민의힘 기류는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날까지 탄핵에 공개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조경태 김재섭 의원에 이어 진종오 한지아 의원까지 가세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가 "내란을 자인한 셈"이라며 탄핵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절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탄핵론에 기름을 퍼부은 격이 됐다.
![[기획] 탄핵론에 기름 퍼부은 `尹 29분 담화`](//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302100151660001[1].jpg "[기획] 탄핵론에 기름 퍼부은 `尹 29분 담화`")
![[기획] 탄핵론에 기름 퍼부은 `尹 29분 담화`](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302100151660001[1].jpg "[기획] 탄핵론에 기름 퍼부은 `尹 29분 담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