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파문을 키운 윤석열 대통령과 사실상 완전한 결별을 선택했다. 당대표 사퇴를 압박해온 친윤(親윤석열)계와도 명백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차별화의 '족쇄'가 풀렸단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대통령이 조기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 더 이상 혼란은 막아야 한다"며 "이제 그 유효한 방식은 하나 탄핵절차뿐"이라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당과 정부에 거취 문제를 '일임'하겠다고 계엄 관련 3차 담화에서 약속했지만 결국 하야를 거부, 직무까지 재개해 '당론 탄핵'이 필요하단 것이다.
한 대표의 발표 시점은 윤 대통령의 계엄 관련 4차 대국민 담화 직전이었다. 이내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반(反)국가세력으로 규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도 했다. 한 대표는 국회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단 점이 더욱 더 명확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윤리위 소집을 긴급하게 지시했다"며 "탄핵 절차로써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조속히 정지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당 중앙윤리위는 당일 밤 10시 회의를 열어 대통령 제명·출당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헌·당규상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 경우에 윤리위·최고위 의결을 거쳐 탈당권유·제명 징계를 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윤 대통령 4차 담화에 관해 "지금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당론으로서 탄핵을 찬성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뭘 자백했단 말이야", "사퇴하라"고 고성을 쏟아내자 한 대표는 이철규·강명구·임종득 의원 등을 지목해 1명씩 발언해달라며 맞부딪혔다.
친윤 핵심 일원인 이철규 의원은 "수사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란죄'라고 대표님이 단정한다"면서 발언 자격 등을 문제삼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선관위와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의도'로 했다는 걸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고함치는 의원들에게 그는 차분한 어투로 '경어를 써 달라', '거기서 야유하듯 말씀하실 일은 아니다'고 짚기도 했다.
한 대표는 또 이날 측근들에게 "'계엄을 막은 정당'이 '계엄을 옹호'해선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이 이날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사퇴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친한계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한 대표가 국회 계엄해제 요구 표결부터 주도했다며 친윤계가 계엄 파문에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원외 친한계인 박상수 대변인은 SNS를 통해 "우리는 원칙을 지키고 책임감을 가지며, 하나로 단결해 이재명(민주당 대표)과 대회전을 치뤄 보겠다. '내란세력에 동조하는 자들이 떠나도' 우린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윤계 권성동 의원에 대해선 "윤 대통령 담화에 찬성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내란 동조세력으로부터 한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당을 지켜내자"고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