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중심 아닌 역량 중심 채용·취업 문화 확산 통해
초·중·고 비롯한 대학까지 교육 변화 만드는 것 목표"
초·중·고 비롯한 대학까지 교육 변화 만드는 것 목표"
![[오늘의DT인] "보다 근원적인 교육 혁신 이끌기 위해선 채용 문화부터 변화 있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302102158078001[1].jpg "[오늘의DT인] \"보다 근원적인 교육 혁신 이끌기 위해선 채용 문화부터 변화 있어야\"")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
현재 한국의 교육방식과 환경에 커다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하나만 바꿔 가능한 문제가 아니기에, 또 그 문제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는 느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이같은 교육의 여러 층위 문제 중 외부 상황에 관심을 두고 2020년 본격적으로 출범한 단체다. 교육의 양극화와 학벌 경쟁이 결국은 우리 사회의 채용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기업의 채용 문화 변화에서부터 '교육의 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
서울 시내에 첫눈이 내리던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교육의봄 사무실에서 만난 송인수(사진) 대표는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소위 학벌 좋은 명문대에 들어가서까지도 입시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결국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게 될까봐, 그런 걱정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육 내부에서만 입시 제도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바꾸고 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이런 변화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바깥 직업 세계에서 채용 관행을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죠."
교육의봄의 관심사는 간단하다. 기업에서의 학벌 중심의 채용 관행을 해소하고 역량 중심의 채용·취업 문화 확산을 통해 초·중·고를 비롯한 대학까지 교육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사회 전체에서는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를, 그리고 아이들 개개인에게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올바른 교육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교직에 몸담았다. 지금은 어느새 교육계 내부 활동보다 외부 활동이 더 길어졌지만 여전히 송 대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에는 교직 생활에서 만났던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다.
"저는 교사 생활을 정말 행복하게 했습니다. 지금보다는 대체적으로 교사에 대한 환경도 좋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그 당시에도 공부 때문에, 또 다른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불행한 학생이 있는데 교사로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런 고민들을 하다가 제 교실에서 넘어 우리 학교로, 또 한 학교를 넘어 학생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전국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사 단체를 구성하게 됐어요."
2000년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만든 '좋은교사운동'에서 송 대표는 공교육 현장의 변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송 대표는 학생들이 경쟁을 위해 학원과 과외 등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보다 근원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채용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까지 확장하며 현재 교육의봄까지 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교육의봄의 목표는 학벌 중심의 채용 문화와 관행을 바꾸는 것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려면 과연 현재의 채용 문화와 관행이 어떤 상태인지, 일종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업종과 그 안에서도 수많은 기업들, 또 그 안에 수많은 직군들까지 양적인 부분에서도 힘들었던 것은 당연하고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런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교육의봄은 2년이 넘는 끈질긴 조사 끝에 10개 기업군에 대한 채용 트렌드를 확인했다. 실질적인 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깨달은 것은,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는 이미 학벌 중심에서 실력 중심으로 상당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봄은 이같은 트렌드의 변화가 실제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좋은 채용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조금 작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협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교육의봄도 업력이 쌓이면서 대기업들과도 협업이 가능해졌어요. 장기적으로는 저희가 이런 기업들을 소개하고 채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편 교육의봄은 최근에는 고졸자들의 취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채용과 교육 양쪽 영역 모두에서 약자인 고졸 구직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같은 경우는 취업 1년차의 평균나이가 23세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31세입니다. 이 격차는 개인으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너무 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고졸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면, 이런 취업 경로가 더 보편화된다면 대학 입시 경쟁도 줄어들 수 있고 대학에서도 오로지 취업, 구직을 위한 교육만이 아닌 교육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죠."
교육의봄은 고등학교 3년 교육과 이후 7년간의 사회적 안전망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졸취업안전망' 10년 보장제에 대한 법안 발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해당 법안 발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소통하며 국민 지지 서명 등 구체적인 입법 운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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