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自繩自縛 <자승자박>](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302102369061002[1].jpg "[古典여담] 自繩自縛 <자승자박>")
스스로 자, 줄 승, 묶을 박. 자신이 만든 줄로 자신을 묶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로 '자신이 저지른 일의 결과를 스스로 받게 된다'는 자업자득(自業自得), '(바둑에서) 자기 돌을 자기가 지은 집 안에 놓아 스스로 자기의 수를 줄인다'는 자충수(自充手) 등이 있다. 우리 속담 '제 무덤 제가 판다', '뿌린대로 거둔다', '도끼로 제 발등 찍는다'도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다.
후한(後漢)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쓴 역사서 한서(漢書)의 유협전(游俠傳)에 나오는 '자박'(自縛)에서 유래했다. 원섭(原涉)은 한나라 왕망(王莽) 때 협객이자 귀족이었다. 어느 날, 원섭은 자신의 노비에게 시장에 가서 고기를 사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노비가 고깃집 백정과 말다툼을 벌이다 그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로 인해 태수 윤공(尹公)은 원섭을 처벌하려 했다. 이에 원섭은 옷을 벗고 몸을 묶어(使肉袒自縛) 용서를 빌었다. 이후 이 고사는 자신의 잘못이나 부주의로 인해 스스로 불행을 초래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자주 사용되고 있다.
괴담(怪談)으로 치부됐던 비상계엄(非常戒嚴)이 실제로 선포됐고 6시간만에 해제됐다. 비상계엄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동되는 극단적 조치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은 그 명분과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무력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무엇인가를 꾀하려 했지만, 이는 엄청난 역효과를 낳았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었다. 민주당은 12일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채 강압적 조치를 추진한 결과,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버린 꼴이 됐다. 이는 자승자박의 전형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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