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아사드 정권 붕괴, 시리아는 어디로 가는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302109969061001[1].jpg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아사드 정권 붕괴, 시리아는 어디로 가는가")
◆'50년 독재' 아사드 정권 붕괴
무장반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해방'했다고 선언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다.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로 50년 넘게 지속된 아사드 정권은 무너졌다. 시리아 내전도 13년 만에 끝났다.
1965년 다마스쿠스에서 차남으로 태어난 아사드는 부친 하페즈 알 아사드가 권좌에 올랐을 때 불과 5세였다. 형이자 장남인 바셀 알 아사드가 부친의 후계자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청년이 된 아사드는 권력에서 멀어져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안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이곳에서 나중에 아내가 되는 아스마 아크라스를 만났다.
그러던 그에게 1994년 운명을 바꾼 사건이 발생한다. 후계자였던 형 바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이에 아사드는 시리아로 돌아왔고 29세의 나이에 형 대신 후계자가 됐다
30년간 집권한 부친이 2000년 사망하자 아사드는 단독 후보로 선거에 출마해 99.74%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됐다. 당시 그의 나이 34세였다. 그는 취임 초기 현대적 지도자를 표방했다. 강압 통치를 버리고 정치활동 규제를 풀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강화했다. 때문에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개혁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어나며 저항 세력이 봉기하자 그는 민간인을 유혈진압 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가 무장반란으로 커지자 아사드 정권은 염소·사린 가스 등을 살포하고 반대파 활동가들을 납치하는 등의 행위를 저질러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내전 발발 2년 만에 무장반군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자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군사작전을 벌였고 결국 국토의 3분의 2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발발하자 시리아 내전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난 11월 말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휴전협정이 발효되자 반정부 세력 연합군은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파죽지세였다. 삽시간에 정권을 전복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알카에다 출신 반군 수장 '알졸라니'
시리아에는 크고 작은 반군이 여럿 있다. 이번에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구심점은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이다. 수장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1982년 골란고원에서 시리아 망명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의 가족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했다가 다시 시리아로 돌아갔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살라피스트)가 된 그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2003년 대학을 그만두고 이라크로 건너가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에 합류했다. 2006년에는 폭탄을 설치하다 미군에 체포돼 이라크 내 감옥에 5년에 수감됐고 2011년에 석방됐다.
얼마 뒤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무장대원 6명을 끌고 시리아로 돌아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창설했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자 그는 2016년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으면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서의 임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알누스라 전선의 이름을 아랍어로 '시리아 해방 의회'를 뜻하는 HTS로 바꿨다. 이 같은 결정은 시리아 내 통치에 집중하면서 국제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HTS 내에서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지도자 지위를 굳혔고 이후 시리아 북서부에서 사실상의 통치자로 부상했다. 여성이 히잡 등으로 얼굴을 가릴 것을 요구하지 않고,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왔다. 2022년 1월부터는 거리에서 풍속경찰의 순찰도 중단했다.
온건책으로 인해 시리아 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기민한 책략가로 평가받지만, 반대파들은 알졸라니를 무자비한 기회주의자로 본다. 미국과 유엔은 여전히 HTS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다.
◆3개월간 과도정부 체제, 이후는?
정권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정부의 수립이다. 반군은 3개월간 과도정부 체제로 새 정부를 구성키로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반군은 시리아에 새 정부 구성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정부를 내년 3월 1일까지 운영하기로 하고 임시총리로 무함마드 알 바시르를 추대했다. 바시르는 HTS의 행정조직 시리아구원정부(SSG)의 수반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다양한 종교, 민족,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부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국제사회는 아사드 정권 붕괴로 인한 혼란의 수습을 기대하면서도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권력 교체 과정에서 반군 내 정파가 알력 다툼으로 충돌하거나 극단주의 세력이 부활할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는 것이다.
관련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가장 난감한 입장에 처한 나라는 이란이다. 중동 내 반(反)미·반(反)이스라엘 전선의 주요 대리세력 중 하나인 시리아를 잃게 됐다.
이란과 함께 아사드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러시아 역시 시리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13년 전 '아랍의 봄'을 타고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리비아에서 다시 내전이 발발, 불량국가로 전락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튀르키예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지원한 반군조직이 승리에 기여하면서 인접국 시리아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리아가 희망의 빛으로 물들 것인지, 아니면 고통의 어둠에 잠식될 지는 시리아 국민과 국제사회의 행동에 달려 있다.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길은 험난하겠지만, 그 길 위에서 시리아가 다시 평화와 번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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