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을 맞이했는데도 식품·프랜차이즈 업계가 잔뜩 웅크리고 있다. 캐롤이 울려 퍼지고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어젖힐 다양한 제품 할인 프로모션을 쏟아내야 하는데, 탄핵 시국 등 뒤숭숭한 정국이 부담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 식품기업은 당초 이달 초 프로모션 관련 내용을 홍보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내용을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로 미뤘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마냥 밝고 즐거운 내용의 프로모션을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괜히 눈치도 보이고 해서 프로모션을 이달 중순 이후로 미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도 지난 11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10주년 기념 행사를 취소했다. 당초 이 자리에는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 겸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측은 "여러 대외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의 경우 이달 13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리는 '2024 서울윈터페스타'의 개막식을 취소했다. 역시 직전까지 탄핵시위가 이어지는 등 여러 상황이 고려됐다. 서울시 측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는 21일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약 1㎞ 구간에서 열기로 했던 '오징어게임2' 퍼레이드도 보류됐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역시 지난 4일 경북 영양에 소재한 전통 양조장인 '발효공방1991'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앞둔 3일 저녁 계엄령이 내려지면서 일정을 조율했다.
주류업계 역시 연말 분위기가 예년과 같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일부 음식점들의 경우 단체 손님이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옛날처럼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연말임에도 전체적인 술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정치상황이나 내수 경기 상황도 어렵다 보니 예전처럼 연말을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장 영업직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소상공인들 역시 올해 연말이 역대급 불경기라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유통업계가 정치 리스크 등으로 제대로 된 연말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튿날인 15일 서울 중구 명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