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했던 국내 대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따른 국정공백 등을 고려하며 내년 경영 계획 구상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내년 조기 대선 성사 여부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탄핵안 가결에 따른 정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내년도 글로벌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예상대로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는 덜어낸 만큼,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이 될 것으로 보고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비상 회의 등의 소집은 없지만, 경영진이 수시로 회의하는 만큼 (탄핵 정국 관련)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LG그룹도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변수가 크고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 등의 변수가 있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수선한 시국에 연말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공기업들은 대부분 연말 회식 등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대기업들도 비공식적으로 회식을 가급적 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은 특히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만큼, 이에 따른 우리 금융당국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또 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해외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과 거래하는 많은 외국 기업은 한국 거래처나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탄핵 정국 관련 최근 한국 상황을 문의하고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 의결로 노동계의 정치파업이 일단락 되는 분위기에 안도하고 있다. 자칫 자동차 생산과 선박 납기일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논평을 내고 "경영계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화되길 바라며, 기업들도 경제 안정을 위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회는 현명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난 13일 오후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와 거래 중인 원·딜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