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미국 등 동맹국과 주변국들이 이에 따른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재빠르게 동맹의 굳건함을 내보이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달리 일본과 중국, 북한 등 주변국은 공식 입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5일 총리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직접 통화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한 권한대행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앞으로의 모든 국정이 철저하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며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고, 한미동맹 또한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한다"며 "철통같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변함없으며,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발전·강화를 위해 한국 측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앞서 미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 14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동을 방문 중이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같은 날 요르단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철통같은 한미동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14일 탄핵안 가결 후 아니타 히퍼 외교안보담당 수석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한국 헌법에 따라 현재의 정치적 위기가 신속하고 질서있게 해결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EU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고 말했다.
반면 한반도 주변국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 현지 기자들과 만나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권이 그간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일본 현지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로 방한 계획이 중지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기자회견에서 "지역 안보 환경이 엄중함을 더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한국 측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도모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웃나라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윤 대통령이 탄핵 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국 간첩'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서는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며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 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관영 매체를 비롯한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무인기 사건과 대남·대북방송, 오물풍선 등 그 어느때보다 남북간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군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북한 역시 이를 지켜보며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전혜인기자 hye@dt.co.kr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