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매일 비상대응 TF 회의를 개최해 국내 금융·경제 상황을 점검해 왔다.
한은은 비상계엄 선포 후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는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수출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했으나 이번에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야정 합의를 통해 과거 두 번의 사례에 비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과거에는 탄핵 국면시 경제정책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집행되고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가 유지되면서 그 영향을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경기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돼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탄핵 국면은 주로 정치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기에 경제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직후 급등했던 환율은 비상계엄 조기 해제, 정부·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7일 제1차 국회 탄핵안 부결 후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1.1% 증가했고 지난 9일 1.2%, 지난 10~13일까진 0.3% 각각 상승했다. 코스피도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2.9% 올랐고 지난 9일 2.8%, 지난 10~13일 에는 무려 5.7% 급등했다.
한은은 "지난 14일 제2차 국회 탄핵안 가결 후 향후 정치 프로세스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금리는 비상계엄 직후 소폭 상승했다가 시장안정화 조치, 국내 경기둔화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가능성 등에 따라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신용스프레드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직후 소폭 상승했으나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 사용액은 11월 회복 흐름을 보인 후 12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통관수출 1~10일 평균 기준은 전월과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향후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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