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 긴급 제언
韓권한대행 체제 안정돼야… 빈자리 장관·군수뇌부 임명 시급
관리대행 체제론 국정방향 못정해, 헌재 조속한 탄핵심리 필요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 '닥치고 탄핵' '입법폭주' 신뢰 못얻어
불행한 사태 재발하지 않도록 4년 중임제 개헌 등 정치개혁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이로써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정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겨우 혼란 수습의 첫발을 내딘 것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조속히 국가를 정상화시키는 한편으로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사태를 야기하지 않기 위한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가 정상화의 방안으로는 한 권한대행 체제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헌법재판소(헌재)가 탄핵심리를 신속히 진행하고, 그동안 탄핵·특검·고발을 일삼아온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조기 안정에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는 "분열을 봉합하고 안정적인 국정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며 "정부 장관과 군 수뇌부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관심은 오로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회피였으며,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 악법 입법과 예산 폭주 등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조속히 진행해야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법원 재판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과)는 "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 중요하다"며 "민주당은 '닥치고 공격' 모드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을 줄탄핵해 국무회의 소집 요건조차도 채우지 못하게 한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은 민주당과 이재명의 시간으로, 국정의 조기 안정화는 이들에 달려 있다"며 이 대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는 "'여야 국정안정협의체' 등을 구성해 경제나 안보 등을 논의하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여든 야든 국가 위기 상황에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야당은 자기의 입맛대로 한 권한대행을 흔들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금의 대행 체제로는 관리 이상의 국정 방향을 정할 수 없다"며 "헌재에서 신속한 판결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헌재 재판에서 소명하고 싶은 것을 다 소명하다 보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처럼 헌재에서 일주일에 두번 정도 심리를 진행하는 식으로 일정을 당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가 정상화의 장애물은 헌재와 윤 대통령 수사 기간 동안의 불확실성"이라며 "여야와 정부가 협의해 국정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불확실성의 최대 원인은 일정 부재라며, 민주주의에서 명확성을 뜻하는 정치 일정이 나와야 국정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치개혁은 조기 대선 가시화로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됐지만 비상계엄 같은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개혁 방안으로는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임기의 통일,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의 도입, 선거구제 개편, 비례대표제 폐지 등을 거론했다.
홍 교수는 "개헌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누적된 정치적 모순들을 한꺼번에 털어 버릴 수 있는 방안이지만합의 개헌이 가능한 타이밍은 지나버렸다"며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어정쩡한 혼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때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또 어떤 때는 다수당이 무소불위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처럼 4년 중임 대통령 체제로 가는 대신 예산편성권과 감사 권한은 국회에 주는 방식의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하 양원제를 도입해 각각 지역의 이익과 지역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원내각제에 맞는 비례대표제는 폐지하고, 중앙당의 권한을 줄여 아래서부터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탄핵 이후의 바람직한 정치 체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는 4년인데 유독 대통령만 5년이다. 20년에 한번씩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이걸 통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이 교수는 "권력 체제를 바꾸자는 얘기에는 (현 상태에선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며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기구가 행정부 내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단임제 대통령의 폐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게 정치개혁의 핵심"이라며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불일치하면서 여소야대일 경우 대통령 탄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처럼 의원의 절반씩 뽑는다든지 중간선거를 한다든지 아니면 4년 중임제로 간다든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도 개편보다는 정치인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기 단축 개헌, 87년 체제 개편 등의 얘기가 나오지만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며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태도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은 분명 비정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개인화된 권력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제도화된 권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일차적으로 보면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민주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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