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한 여당의 거부권 행사 압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한 대행에게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한 대행 탄핵 소추를 검토하다가 국정 안정을 이유로 철회한 바 있는데, 거부권 행사시 한 대행의 탄핵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양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 대행의 향후 결정에 관심 모아지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이 선택받은 권력은 의회 권력"이라며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여러 법률에 대한 것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했다.
한 대행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대행을 겨냥해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며 "내란 수사를 지연 또는 방해할 수 있는 어떤 자격도 없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했다.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지 말라는 요구나 나왔다. 주철현 최고위원은 "농업 민생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농업과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일이, 권한대행으로서의 첫행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 받았기에 법적으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번의 김여사 특검법을 포함해 25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번에도 특검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당은 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황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데 통상 1주일가량 걸린다. 대통령은 정부 이송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이달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공포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