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이 HL만도가 담당하던 주차·순찰로봇 등의 로봇 사업을 신설 법인인 HL로보틱스에 이관시키고, 로봇사업을 미래 신사업의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 HL그룹은 자율주행, 관제 시스템 등의 로봇 핵심 기술 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해 모빌리티를 넘어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L만도는 내년 상반기 중 MSTG(모빌리티솔루션테크그룹) 사업부를 관계사인 HL로보틱스에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10월 출범한 HL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한 포석 일환이다. MSTG는 그동안 그룹 내에서 주차·순찰 등의 로봇 사업을 전담해 왔다. 이관 대상에는 이를 포함해 로봇 관제 시스템 등 관련 사업이 모두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HL그룹은 지난해 프랑스 실외주차로봇 기업 '스탠리 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10월 HL로보틱스를 설립했다. HL로보틱스는 HL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자율주행 로봇 연구와 솔루션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HL홀딩스는 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김윤기 HL만도 신사업 추진 PJT장(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HL로보틱스 대표이사(CEO)로 선임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HL그룹은 이전부터 로봇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으로 주요 공원이나 빌라촌, 주요 공장, 하천 등 CCTV 사각지대 등에서 범죄 예방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HL만도는 현재 순찰로봇과 관련해 16개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또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자율주차 로봇 '파키'는 지난 10월부터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인수한 스탠리 로보틱스가 2018년 프랑스 리옹국제공항에서 실외주차로봇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
자율주행로봇 개발의 핵심 요소로는 자율주행 기술과 디지털트윈 관제 기술이 꼽힌다. 이 중 자율주행의 경우 관계사인 HL클레무브와의 시너지를 추진한다. HL클레무브가 개발 중인 고성능 자율주행 플랫폼(HPC)는 자율주행 모빌리티뿐 아니라 로보틱스 분야에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HL클레무브는 작년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인지 센서·통합제어기 개발 협력을 맺고 배송 등 자율주행 로봇의 대중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사업 재편으로 HL그룹은 로보틱스 분야를 미래 신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HL로보틱스를 HL홀딩스의 직속 자회사로 편제했다는 점은 모빌리티에 국한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스탠리 로보틱스가 프랑스 외 북미지역에도 고객사를 두고, 구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과 시장 개척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로봇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비롯해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물류·주차로봇, 관제 시스템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월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하는 등 다수 국내외 로봇 관련 스타트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HL만도· HL클레무브 공동 부스. HL만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