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필두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논의에 속도를 내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이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당내 혼란을 막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 전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면서 권 원내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으나 한 전 대표가 버틴다면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당대표가 가져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이미 지도부가 붕괴하고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한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당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2020년 9월 출범한 이후 여섯 번째이자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다섯 번째 비대위다. 현재 신임 비대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5선 권영세 의원이다. 이 밖에 유력하게 나경원·김기현 의원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비대위 수장에 당내 인사를 지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거론된 인물은 없고 어떤 조건과 평판, 능력을 가진 인물이 와야 하는지 정도만 이야기했다"며 "원내와 원외 중 어떤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게 당의 위기 수습과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지 좀 더 생각해 본 후 18일쯤 의총을 다시 열어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탄핵 정국에서 분열하고 있는 당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냐가 관건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한 전 대표뿐 아니라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려고 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다. 친한(친한동훈)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안 통과 후 열린 의원총회는 거의 인민재판 수준이었다"며 "한 사람 한 사람 다 일어나서 찬성표를 찍었는지 반대표를 찍었는지 고백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고려해 윤상현 의원 등은 "더 이상 찬탄(탄핵 찬성) 부역자 등의 말이 전혀 나오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지만 당분간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가 '당심'을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원들의 탈당도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국민의힘 '비상계엄 파장 이후 당원 탈당 현황'을 보면 윤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한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탈당자 수는 총 7745명에 달한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일평균 탈당자 수를 비교하면 계엄 선포 전(11월4일~12월3일) 약 103명 수준에서 계엄 선포 후 645명으로 6.3배 증가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