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435.0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환율은 2.0원 하락한 1431.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하락하는 듯했으나 오전 10시쯤 상승세로 전환해 1438.3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차 상승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1430원 중반대를 유지했다.
당초 외환시장에선 탄핵 가결로 인해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날 환율은 추가 상승 마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하면서 여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 등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며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받아들이면 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헌재가 기각할 경우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고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 결정 시기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내년 8월 조기 대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리더라도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변경할 경우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탄핵 심판이 종결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 대미 협상 창구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기에 환율이 1400원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반대에서 안정되더라도 미국 예외주의 지속,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분쟁 등이 미 달러 강세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2017년 3월에도 환율은 전일보다 0.7원 하락하며 영향이 제한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환율 상단은 1450원으로 보고 있다. 취임 이후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이 1410원 이상 오를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가파른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선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환율 1400원' 뉴노멀 시대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탄핵 심판이 완전히 끝나야만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통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국내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당일 시장은 하락 출발 후 곧바로 반등해 1410원 선을 위협하는 등 안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최근 상상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가뜩이나 위험통화의 극단에 위치한 원화는 러·우 전쟁, 중동 분쟁 등 주요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국내에서 발생한 이슈까지 겹치며 절하 속도가 매우 가파른 모습"이라며 "향후 1400원 이상의 고환율 뉴노멀이 과장된 의견이 아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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