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며 주식시장에 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다. 16일 장 초반 코스피는 2500선을, 코스닥은 700선을 각각 회복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중국 실물지표 부진 등이 겹치며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5.49포인트(0.22%) 내린 2488.97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2포인트(0.67%) 오른 2511.08로 출발, 장 초반 2515.62까지 올랐으나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약세로 전환했다. 지난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이어온 반등세가 멈춘 것이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4.80포인트(0.69%) 오른 698.53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장 중 7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안착에는 실패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매도세를 유지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76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4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개인 투자자가 양 시장에서 6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지만, 코스피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순매도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탄핵안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혼조세를 보였다"며 "특히 코스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개인이 7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된 중국 11월 실물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산업생산을 제외한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는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에 따라 내수 소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상해 지수도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아울러 금리 반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환율이 장중 1437원에 도달했고,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등 주요 통화정책회의에 따라 환율과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은 축소되고 있지만 FOMC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과 점도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업종과 테마별 변동성도 커졌다. 탄핵 정국 현실화에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차기 대권 후보별 정치테마주가 요동쳤고, 계엄 이후 급락했던 정책 관련주와 통신업종은 반등했다.
이날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비트코인 영향으로 가상자산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고, 보험과 자동차, 운송은 1~2%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정치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기업 실적 등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 완화에도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이탈이 지속된 것이 코스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단기 낙폭 과대나 수급 개선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