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기업에서 일하는 B 팀장은 평상시 예약하기도 어려웠던 맛집 예약이 당일 저녁에 바로 되는 것을 보면서 연말 외식경기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비상계엄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 간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계엄·탄핵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전체의 46.9%로 집계됐다.
실제로 송년 모임 대목인 연말 명동 등 주요 번화가는 비상계엄 직후 외국인 여행객을 포함한 손님 수가 급감하면서, 대낮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 가도 되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여행상품 예약 취소율이 지금은 미미한데, 앞으로의 상황이 불확실해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여기에 고물가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골목상권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중 하나인 김밥 평균가격은 11월 기준으로 연초보다 5.3% 올랐고, 자장면과 비빔밥도 5.0% 인상됐다. 냉면, 칼국수 등도 4%대 가격 인상률을 보였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 가운데 하나인 삼겹살(200ｇ 환산)은 올해 5월 서울 기준 처음으로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강달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외식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커피와 코코아 등의 원가 인상으로 인해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고, 해태제과와 오리온 역시 이달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9%, 11% 각각 인상한 바 있다.
기업들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를 미루면서 소비경기는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1.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정국에 따른 연말 특수 실종을 막기 위해 소비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연일 보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소비를 유인할 결정적인 '당근'이 없는 한 경기를 되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발표 직후 "골목 경제가 어려운 만큼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한편 외신은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내년 1분기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5일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루는 움직임이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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