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마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정계 은퇴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가 이날 사퇴 기자회견 말미에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위헌성과 별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화살을 겨냥한 것도 당대표직은 잠시 내려놓지만 정계는 떠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 전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62.8%를 득표하며 당대표에 올랐다. 그는 4·10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변화와 쇄신'을 앞세웠으나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민 눈높이'를 외치던 한 전 대표에게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등 사사건건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한 전 대표와의 독대가 아닌 면담을 진행했고 그 직후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만찬을 추진하면서 '당대표 패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한 전 대표가 '자기 정치에' 골몰한다고 비난했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이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맞아 윤 대통령, 친윤 세력과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한 전 대표는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친윤계는 이를 엄호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에서 재기가 가능할지 여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자 친윤계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한 전 대표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현재 윤 대통령 상황은 다르다. 국정농단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계엄은 해석의 여지가 아예 없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엄중한 만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순발력 있게 당을 내란 비호 정당 위기에서 구출해 냈기 때문에 추후 헌재 결정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지지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16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을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