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김세희의 정치사기] 전두환-윤석열 평행이론](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702102269038001[1].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전두환-윤석열 평행이론")
광주 시민군이 1980년 5월 25일 전남 도청 앞에서 배포한 궐기문 '우리는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가?'에 나온 내용이다. 이 글은 전두환과 신군부가 5월 18일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후, 광주에 투입한 계엄군이 저지른 만행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인 전두환은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문민정부가 1995년 구속하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했지만, 2년 뒤 사면된 후엔 망언만 일삼았다. 수천 억원 가량의 추징급 완납을 거부하면서 "예금이 29만원뿐"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고, 2008년 총선 당시 자신의 언론 보도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1980년 5월 계엄군의 무차별적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향해서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서기도 했다. 결국 '학살자' 전두환은 반성없이 죽었다.
"계엄군은 국회를 장악한 뒤 호남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들은 1980년대 그 때처럼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할 것입니다." 2024년 12월 3일, 44년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또 다시 이런 공포의 트라우마를 불렀다.
다행히 국회에서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면서 6시간 만에 무력화됐지만, 계엄을 겪었던 사람들이 느꼈던 공포는 여전했다.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난립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몇 십여 년 전의 그 순간이 떠오른 탓이다.
![[김세희의 정치사기] 전두환-윤석열 평행이론](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702102269038001[2].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전두환-윤석열 평행이론")
그러나 계엄으로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은 적반하장이다. '대국민 사과'를 하다가도 어떤 때는 '대국민 협박'도 일삼는다. 지난 12일 가진 긴급 대국민 담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불법계엄'이 통치행위라는 변명만 28분이나 늘어놨다. 오히려 국민들을 향해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냐"고 호통도 쳤다. 계엄을 일으킨 원인으로는 야당과 '부정선거'를 지목했는데,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완전 판박이다.
계엄으로 정적 제거를 시도했다는 각종 증언과 정황이 나와도 그는 결코 반성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잘못된 것인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여름부터 자신의 고교 후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여러 차례 계엄을 언급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자신의 '눈엣가시'를 체포·구금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는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 검찰이 내란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통보해도 불응하고 있다.
지난 14일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엔 더 가관이다. 갑자기 대국민 담화를 열더니 임기 동안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역시 계엄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다. 전두환과 참으로 비슷한 행태다. 국민적 여론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되어 파면에 이른다면 그에게 남은 길은 무엇일까. 그 길 역시 전두환과 비슷하지 않을까. 남은 건 차디찬 감옥과 역사의 죄인이라는 낙인 아닐까. 정치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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