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자료가 아닌 '교육자료'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연내 처리를 예고했던 'AI 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도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만 남겨놓게 됐다.
교육자료는 일종의 참고 자료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교육 현장에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여당은 이를 교육자료로 하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반대해 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디지털교과서를 배포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들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교과서로 인한 문해력 저하 등도 개정안 통과의 이유로 들었다.
여당은 토론 종결과 법안 통과에 반발했으나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표결을 통해 이를 통과시켰다.
또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AI기본법(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도 통과시켰다.
AI기본법의 경우 지난달 말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숙려기간을 갖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했으나,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이 'AI 투명성 확보 조항'과 관련해 조항 추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적기에 출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며 "일단 개문발차한 뒤 부족한 부분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은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내용이다. 단말기 판매 사업자 간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을 복원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자는 게 폐지안의 취지다.
한편 TV 수신료 통합 징수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도 표결을 거쳐 의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전력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실무 적용 절차를 거쳐 올해부터 분리 징수가 시작됐다.
그러나 야당은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신료 통합 징수가 필요하고, 소액의 수신료 납부를 위해 별도 고지서를 발급하는 게 국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 입법을 추진해 왔다.
이날 법사위에서 통과한 법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전혜인기자 hye@dt.co.kr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