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정원은 대통령 몫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 모두 9명이다. 이는 헌법 제1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으로 2항에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고 나와 있다. 헌법 제111조 3항에는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현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인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헌재는 재판관 6명이 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는지 논의에 들어갔다. 이론상으로는 '6인 체제'로도 심리가 가능하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지만 탄핵 심판의 정당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판관 3인 공석을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절차를 서둘렀으나 권 원내대표가 '9인 체제' 구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탄핵 심판, 탄핵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했지만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을 인용한 후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황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여야가 다투고 있는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건의 경우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형식적인 권한으로 '현상 유지' 수준에서 소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 만큼 더더욱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헌법은 헌법재판관 구성과 관련해서 9명을 삼권 분립 원칙에 의거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각각 3명씩 나눠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선출하면 임명장을 주는 건 형식적인 것으로 이미 국회에서 선출했을 때부터 헌법재판관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냐와 관련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법학자들은 학설, 통설로서 '소극적인 현상 유지적 권한 행사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이 관점에 비춰봤을 때도 권한대행이 임명장을 주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기에 소극적인 현상 유지적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만약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선출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장을 주기를 거부한다면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서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심리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이며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도 부연했다. 이 경우 법률상 직무유기에 해당하며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은 모든 헌법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정 질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구성하게 만드는 것도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 역시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의 경우에는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실질적 임명권은 국회에 있고 대통령은 형식적 임명권만 갖는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궐위든 직무정지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똑같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헌법은 궐위와 사고에 따른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구별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임명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은 대통령 몫인 3명에 대해 임명권을 갖고 나머지 6명은 대법원장과 국회에서 각각 지명, 선출해서 보내면 임명해야 한다"며 "만일 거부한다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충돌하는 것으로 대통령도 거부하면 안 되는 데 권한대행은 더더군다나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예시로 든 박 전 대통령 사례는 이번 사례와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를 살펴보면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바 있으나 당시 탄핵 인용 전 임기가 만료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몫이었다.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체제를 시작했으나 탄핵 심판 진행 중인 2017년 1월 31일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대통령 몫)의 임기가 종료됐다. 이후 같은 해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고 3월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대법원장 몫)도 임기 종료를 맞았다. 법리토론 끝에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인 박 헌재소장은 후임은 임명하지 않았고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만 3월 29일 임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행위이기는 해도 국가 기관 구성원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국가 대표로서 행사하는 것이고 확실한 규정이 없는 만큼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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