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과 주요 장관직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 경제수석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의결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치, 외교·안보는 물론 국군통수권, 긴급명령권,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등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 받았다.
주요 장관의 경우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다. 여가부는 윤석열 정부가 폐지를 공약하면서 10개월째 장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와 행안부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이 잇따라 사퇴하며 차관들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가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당분간 국정 운영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행인 만큼 월권 논란 등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다.
한 권한대행의 경우 이미 야권에서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과도한 권한 행사'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권력은 의회 권력"이라며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분야만 살펴봐도 임시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가 어려워 만남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직후 신속하게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외교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로 한미 관계가 흔들렸던 만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 유지밖에 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장관 공석도 마찬가지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현재 국무위원의 숫자는 16명에 불과하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안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하거나 지난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권한대행과 전·현직 국무위원 9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무회의 구성 정족수를 충족시키는 게 더욱 빠듯해질 수 있다.
대통령 공백뿐 아니라 정당의 당대표 사퇴도 문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당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에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하다"며 직을 내려놨다. 한 대표의 공식 사퇴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야권과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조국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이 당을 이끌고 있다. 당의 주축이었던 조 전 의원이 빠지며 당의 방향성 설정이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다.윤선영·안소현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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