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내려오지 못하고1440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증시와 디지털자산 등 상대적으로 시장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우리 증시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2.16포인트(1.29%) 내린 2456.8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7114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238억원 순매도했다. 양 시장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도규모가 가장 컸다. 개인과 기관이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4667억원, 1496억원 순매수를 보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엄 이후 10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장을 마친 것은 지난 9일 하루 뿐이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며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번 주 오히려 순매도 규모가 커졌다.
지난 1주일간 3403억원어치 주식을 판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과 이날 2거래일간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것이 외국인 매도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달러 약세 국면때 계엄사태가 발생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진정되는 국면에서는 달러가 강세로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심리까지 가세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로존이나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의 강세가 확고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1400원대에서 1440원까지 치솟은 환율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 마감 시점 1439.70원까지 올랐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보다 중국 정책에서 구체적 숫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외국인 매도에 더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증시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만큼, 이 같은 외국인 이탈과 함께 코스피 약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저가 수출 밀어내기가 종료되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산타랠리' 시즌을 맞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불장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연말 특수 기대감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금융, 자동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기대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반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개선이 나타나거나, 내수 경기 부양 정책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타랠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연말 소비 확대로 기업의 실적 기대 개선이 주식시장에 선반영되는 것인데, 현재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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