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게 적용하지 않았던 '1200% 룰'을 확대 적용한다. GA 시장이 영업 과열로 부당승환 등 문제가 심각하자, 설계사에게 주는 판매 수수료에 대해 최장 7년간 분할지급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부당승환 등을 차단하며 보험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판매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보험 판매 채널인 GA 시장은 대형화에 따른 과당 경쟁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방향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설명회 등 자리를 마련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최종 판매 수수료 개편안을 내년 1분기 중 확정할 예정이다. 우선 추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조속히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판매 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국민신뢰 회복과 판매 시장의 건전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판매 채널의 계약·유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지·관리 수수료를 선지급에서 매월 분할 지급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선지급으로만 수수료가 지급돼 계약을 중장기적으로 관리할 유인이 적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모집한 계약이 정상 유지되는 경우 3~7년간 유지·관리 수수료를 분할 지급해 보험 계약의 장기적 유지와 관리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관리 수수료는 과도하게 지급되지 않도록 지급 한도를 매월 계약체결 비용의 1% 안팎 수준 등으로 별도 설정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사업비 상각기간이 확대되면서 신계약 유치와 사업비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보험사의 사업비 집행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했으며, 올해도 증가 폭이 작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 판매 채널에서는 대부분 1~2년차에 판매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지급하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 수수료 지급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설계사는 신계약 판매에 집중하게 돼 기존 보험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부당승환을 유발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25회차 유지율은 각각 60.7%, 71.6%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15~35%포인트(p) 낮은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사업비 부과 목적에 맞는 판매 수수료가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보험 상품에 계약 체결 용도로 책정된 계약체결 비용 외에도 유지·관리비 명목의 계약관리 비용까지 판매 수수료 재원으로 사용했다. 과도한 수수료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보장성 보험의 선지급 수수료는 개별 상품에 부과된 계약체결 비용 내에서 집행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설계사 소득이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약 유지·관리율을 높이면 소득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험 계약 후 1년간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상한선은 월 보험료의 1200%를 넘을 수 없게 하는 '1200%룰'도 GA 소속 설계사까지 적용을 확대했다. 정착지원금(계약금)도 이 한도에 포함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1200%룰의 경우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와 GA에 지급할 때만 적용했다. GA 소속 설계사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고액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되는 문제와 함께 설계사 이직 및 부당승환 계약 증가 등 악순환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금융당국은 보험사 대상으로 적정 사업비를 책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적정 사업비 부과 원칙을 마련해 자체 상품위원회를 통해 상품별 사업비 부과 수준의 적정성을 심의 및 검증하고 결과를 대표이사까지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가 상품의 판매 수수료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보험 가입 권유 시 상품의 수수료율 정보를 안내하고, 판매 채널과 상품군별로 상세 수수료율 정보도 공시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