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와 함께 진행한 투자 발표회에서 미국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 투자를 통해 10만개 넘는 일자리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투자 발표회는 향후 미국과 일본의 관계 구축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전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도 만났다. 멜라니아 여사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한다"며 "그(아베 전 총리)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을 취임 전에 미국으로 찾아가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났다. 이후 쌓은 개인적 친분을 통해 밀월 관계도 구축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는 일본 주재 미국 대사를 발 빠르게 지명했다. 주한 대사는 아직 정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견제 충성파인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미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맡을 인사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취임을 앞둘 당시에도 일본과 중국 주재 대사를 미리 지명한 반면, 주한 대사는 공석으로 놔뒀다. 당시에도 탄핵 정국 시기로, 트럼프는 취임 후 1년 6개월이 2018년 7월에야 해리 해리스 전 미 태평양군사령관을 주한대사로 임명했다.
한국은 탄핵 정국 탓에 일본과 달리 대미 친선 외교 라인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정국 혼돈에 따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에 맞는 친미 외교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경제계 비상 간담회'를 열고 특사 파견 등 돌파구 방안을 논의했다. 경제단체계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여했다.
우 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치계와 경제계가 차분하고 기민하게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계의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한 의회 외교 강화 요청에 대해선 "미국과 일본, 중국, EU(유럽연합) 등 중요한 국가에 특사를 파견해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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