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생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를 두고 여야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에선 정치적 불안 요소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면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회복하는 데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안정협의체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도 동의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다. 이름, 형식, 내용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고 국민의힘의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이같은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며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어렵고 정치적으로 입장이 곤란한 것도 이해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 정치의 존재 이유가 결국은 국가의 안정과 우리 국민들의 나은 삶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와 정부가 참여하는 초당적 협력체로서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됐으니 국민의힘은 여당이 아닌 제2당"이라며 "이제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중립적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고 고위당정협의회든 실무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제안을 거부했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대응에 이 대표는 한 발 물러서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으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줄곧 '월권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권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는 발언을 한 것은 민주당의 당리당락에 따라 권한대행 권한을 제약하겠다는 뜻"이라며 "한 권한대행 체제는 이재명의 섭정 체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가 추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감액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지 고작 5일 만에 추경을 논의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민주당의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국민의힘이 야당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16일 SBS 라디오에 나와 "대행 체제에 소수 여당인 만큼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직 여당이다'라고 해도 거대 야당의 도움 없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와 권성동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민주당 대표실에서 상견례를 갖기로 했다. 탄핵 정국을 맞아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권한대행이 된 권 대행이 국회 관행에 따라 상대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인사하는 차원이다. 권 대행은 상견례 자리에서 국정안정협의체를 논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대화 안건은 제한이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상견례인 만큼 인사와 덕담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