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서 '별의의 시간'을 맞고 있는 사람이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의 정치인생 중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서 이장 직을 내려놓았다. "비상한 시국이니만큼 저의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이장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재병이네 마을'은 이 대표에 가장 충성도 높은 팬 커뮤니티다. 회원이 2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비명계로부터 '강성 팬덤과 결별해야 한다'고 공격받을 때도 탈퇴하지 않고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이 대표가 팬클럽에 일단 거리를 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 추이는 탄핵정국에서도 큰 변동이 없다. 30%대 후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뉴스1이 지난 10일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 지지도는 여전히 압도적 1위였으나 37%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이는 탄핵 이후 크게 오른 민주당 지지율 45%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여권 이탈 민심을 흡수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했지만, 이 대표를 지지할 순 없다'는 중도층의 민심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서 재명이네 마을과 거리를 두며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외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나는 좌파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라고 한 발언도 이 연장선에 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오는 19일 민주당 주최의 상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직접 사회를 맡는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자본시장에 대한 우파적 시각과 좌파적 시각이 맞서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지지자들의 비판을 무릎쓰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포기해 우파적 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면서 상법개정안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밸류업)한다는 목적에서 추진한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소액주주 보호 효과보다는 최대주주나 그를 대리하는 경영인의 과감한 결정을 속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상법개정은 '1주1표'라는 기업자본주의의 원칙도 허문다.
이 대표가 자유 시장경제시스템을 존중하고 기업자본주의 토대를 생각한다면, 토론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는 자명하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개정에 속도조절을 하거나 보완할 것이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 대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도외연 확장이란 우클릭이 자칫 골수 지지자 외 옅은 지지층을 등 돌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론조사에서 보듯 어설픈 우클릭은 중도층에 호소력이 없다. 상법 개정안 토론회가 이재명 중도외연확장의 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