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치권과 여론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탄핵 정국 속에 야당이 이른바 '횡재세'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 빅4', 올해도 역대 실적 예상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4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조3421억원보다 80% 넘게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 2114억원에서 올해 4분기 6768억원으로 순이익이 무려 220.1%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5761억원에서 7343억원으로 27.5%, 하나금융은 4597억원에서 6212억원으로 35.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의 올해 4분기 순이익은 3983억원으로 상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전년 동기의 950억원과 비교하면 319.4%나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지주들은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15조1367억원)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회사의 순이익 총액이 17조원에 다가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커지는 이자수익
내수 경기가 바짝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것은 주력 계열사인 시중은행들이 이자수익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도 수신(예금)금리는 낮춰,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p)에서 10월 1.04%p로 석 달 연속 늘어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거야, 다시 횡재세 카드 빼드나
금융지주들은 2023년과 2024년 역대급 실적 행진을 했다. 특히 2023년에는 막대한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지급해 이자수익으로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에는 희망퇴직금도 줄이고, 성과급 규모도 사실상 축소하는 방식으로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앞다투어 상생금융 출연액도 늘였다.
금융지수들은 올해도 예상대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더라도,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경기침체와 탄핵 정국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과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지원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횡제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은행을 비롯한 증권·보험사의 이윤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올해도 여러차레 재발의 움직임이 있었다. 야당의 횡제세 법안 내용은 금융회사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자 수익을 내면,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자는 내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 침체에 정국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관세 장벽'을 앞세운 트럼프 리스크까지 거세지고 있어 경기 상황이 녹록치 않다"면서 "금융권을 향한 상생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만약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은행의 펀터멘털(기초체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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