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이하 가맹점 수수료 3년간 동결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 이후 3년마다 줄곧 수수료율을 내렸던 만큼 본업인 결제 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성을 내기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영세·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인하 등 방침을 밝혔다. 향후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내년 2월 14일 영세·중소가맹점 선정 시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영세가맹점뿐 아니라 중소가맹점을 포함한 약 305만곳이 인하를 체감하도록 해, 연간 약 3000억원+알파(α) 규모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우대수수료율 인하로 약 304만6000개의 영세·중소가맹점이 평균 8.7%, 약 178만6000개의 영세·중소 PG하위 사업자가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개편 이후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대상으로 마이너스(-)0.1%포인트(p),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대상으로 -0.05%p 하향 조정된다. 체크카드의 경우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에 -0.1%p 내린다.
특히 카드업계가 자발적 상생 방안을 추진한다.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고 3년 동안 기존 수수료율로 동결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개편 때마다 연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하는 일반가맹점의 약 30% 이상에 대해 수수료율이 인상된 바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본업에서 수익성을 늘릴 수 없어, 실적 방어하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우대 수수료 인하는 재산정 때마다 지속해 인하했고, 이번 추가로 내리면서 카드사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럼에도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내수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카드업계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카드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의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41.4%에서 2021년 42.1%로 올랐다가, 2022년 38.9%, 지난해 38.5%로 30%대로 내려왔다. 신용판매 수익이 급감하면서 카드론 등 금융 자산을 대거 늘리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BC·하나·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금융위는 과거 적격비용 재산정 조정 때와 비교해 카드사의 경영 환경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인하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 영세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폭을 -0.1%로 소폭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적격비용 구성 항목 중 일반관리 비용을 제외하고 2021년 이후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여전채 금리 등 자금조달 비용은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카드회원 상환 능력 감소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위험관리 비용 역시 증가했다.
금융위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도록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마이데이터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데이터 전문기관 지정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 노력을 해 왔다"며 "앞으로도 비대면 거래 확산 등 새로운 결제 환경에 맞춰 실물카드와 대면 거래 중심의 규제 체계를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부합하게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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