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진 마스턴투자운용 글로벌리서치팀 이사
국내 첫 해외부동산 업무 맡아… 데이터만큼 현지정보도 중시
부동산은 정성이 중요… 박사과정 밟는 등 전문성 강화 노력도
국내 첫 해외부동산 업무 맡아… 데이터만큼 현지정보도 중시
부동산은 정성이 중요… 박사과정 밟는 등 전문성 강화 노력도
![[오늘의 DT인] `현장발품`으로 해외부동산 리서치 개척…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비결"](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802102163046001[1].jpg "[오늘의 DT인] `현장발품`으로 해외부동산 리서치 개척…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비결\"")
지효진(40·사진) 마스턴투자운용 글로벌리서치팀 이사에게 해외부동산 리서치의 매력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부동산을 처음 접한 것은 삼성생명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였어요. 이후에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는데 삼성SRA자산운용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다며 저에게 제안이 왔고, 국내 최초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지 이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부를 하면서 해외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 습관, 소비하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국내보다 다양한 상품군이 존재하고, 세계 각지에 있는 공간을 단순히 즐기는 데서 끝내지 않고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부동산 업무를 시작한 2015년 해외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없다시피 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시기가 시작된 뒤에야 기관을 중심으로 대체 투자를 검토했던 만큼, 참고할 자료도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리서치라고 하면 자리에 앉아서 데이터만 보는 것을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만 봤더니 정말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경제나 물가 전망은 숫자만 보고, 경제학적 이론으로 충분한데 부동산은 우리가 집을 살 때도 여러번 임장을 가잖아요. 그래서 직접 보러 가자고 결심했죠."
자리에 앉아서 데이터만 봐서는 도저히 안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결국 투자 팀과 딜이 있을 때마다 함께 현지에 가서 검토를 했다. 매번 출장을 가서 검토를 하고, 검토와 함께 해외 기관들도 꾸준히 만났다. 현지의 정보를 알아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제대로된 투자 검토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땐 5000억원, 1조원 짜리 빌딩을 사는데 가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막상 가보면 건물이 없는 황당한 일이 보도되기도 했고요. 저는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투자상품은 정량적으로만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면, 부동산은 정성적인 부분이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스페인에 있는 한 쇼핑몰을 꼽았다. "스타필드의 모태가 된 곳으로 알고 있는데, 건물 안에 리프트가 있는 스키장이 있어요. 아쿠리아리움, 리테일, 백화점 같은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데 사람들이 주말에 와서 체험을 하고, 밥을 먹으며 하루 종일 있더라고요. 이 건물을 검토하면서 엄청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복합건물이 들어올 수 있을까, 팬데믹과 같은 위기가 왔을 때 건물 자체의 용도를 바꿔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준 건물이었어요."
그는 리서치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라고 했다. "왜 이 섹터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만드는 역할이에요. 운용역들은 눈앞에 딜에 집중해야 하니까 전반적인 트렌드에 조금 덜 예민할 수 있어요. 리서치는 큰 틀에서 시장을 예민하게 봐야 하고,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투자 기회가 어디에 있을지 먼저 알아보는 나침반 같은 거죠."
리서치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유동인구'라고 했다. "일주일 내내 그 건물 안에 죽치고 앉아서 사람들 돌아다니는 것만 본 적도 있어요. 하루만 보거나, 한 면만 봐서는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가 없어요. 오랜 기간 이 건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지, 어떻게 쓰이는지를 봐야합니다."
지금은 많은 투자기관이 해외 부동산 리서치팀을 운영하지만, 시장 초기부터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그는 역량을 입증하며 빠르게 이사 자리에 올랐다.
"승진 비결은 K-장녀와 워킹맘의 힘인 것 같아요. 출산 전날까지도 일만 했어요." 빠른 승진 비결을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동기부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학연, 지연, 성별에서 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실력으로 평가받으려고 노력했죠. 최근에는 유연한 사고를 위해서 독서모임도 시작했어요. 오프라인 독서모임으로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초기에는 주변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했던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진심어린 태도와 노력으로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함께 성장하는데 더 집중했더니 시기나 질투 같은 것들도 사라지더라고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가 위축된 점은 아쉬운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가격이 낮아지며 투자매력이 높아졌고, 향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미국 오피스 섹터를 제외하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지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면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 같아요.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 수요를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죠."
그래도 내년 연말부터는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도 가격이 조정 중이라고 하는데 오피스는 재택근무 일상화로 수요 개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미국은 신규 공급도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도 유동성이 높아 회복탄력성이 좋은 게이트웨이 도시 중심으로 개선세가 나타날 거고,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들, 상대적으로 팬데믹 타격이 적고 익스포져가 낮았던 APAC 주요 도시들은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일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요즘 해외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다시 처음 시작한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왜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면서 리서치의 중요도도 그만큼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서강대 부동산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여기서 다양한 연구로 전문성을 강화해서 시장에 차별화된 분석을 내놓고 싶어요. 제가 가진 강점 중 하나인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해 마스턴투자운용이 글로벌 선두 운용사로 자리잡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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