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위기는 기회'로 삼기 위한 생존전략 강화에 나섰다. 이들은 조직 슬림화, 생산성 극대화 등의 제조 혁신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 수립,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탄핵 정국, 미중 분쟁 등의 리스크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CEO F.U.N. 토크'에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기도 하다. 위기일수록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는데 집중하며 현명하게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지정학 시대에서 지경학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그동안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질서와 규칙이 존재했다. 앞으로는 '질서와 규칙이 없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표준(Normal)"이라면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조 대표는 올해 마지막으로 'CEO F.U.N. 토크' 행사에서 내년 회사가 마주할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사업전략 방향을 상세히 공유했다. 특히 대내외 정책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선제적 대응 전략을 공유하고,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중국기업의 경쟁력도 논의했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는 전날 임직원 대상 특별 담화문에서 "국내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연말 최대 생산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현대차에서 국내생산담당 대표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그는 "중동과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고, 최대 판매 시장인 미국은 10~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설상가상의 악재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국내 정치 문제로 국가적 혼란이 가중돼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내수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리스크가 우리 현대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예정된 신차를 완벽한 품질로 적기에 양산해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17~18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9일에 각각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하고 내년 신제품 판매 전략과 사업 목표,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각각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 CEO들이 위기를 강조한 것은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린 불확실성 확대,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미중 분쟁 확산 등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게 주 배경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 중반을 넘어 1440원까지 넘보고 있어 제조원가 부담이 한층 커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환율' 시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기업들은 조직 슬림화, 원가 절감을 위한 제조기술 도입 등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SK그룹은 올해 비주력 사업 축소와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리밸런싱을 단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인공지능(AI) 강화에 중점을 둔 '2차 운영개선'(OI)에 나설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OLED 제조 공정에 'AI 생산 체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2000억원 이상 비용이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우진·임주희기자 jwj17@dt.co.kr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CEO F.U.N. 토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