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이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선 지금으로부터 4~5개월 후를 물가 인상 쓰나미가 덮쳐올 수 있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원재료 수입기업들은 내부적으로 2025년도 환율 재조정 작업을 추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경우, 환율 예상치를 갖고 내년도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환율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가 새해 식품 가격 인상 쓰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를 수입하는 제분업계가 환율 상승 여파로 가격 인상 단행할 경우, 이를 가져다 만드는 라면, 과자, 빵 가격이 줄줄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국내에선 기후변화 여파로 인해 초콜릿, 커피 제품 가격이 치솟은 상황인데 여기에 이어 환율 상승이라는 먹거리 물가 상승 요인까지 더해져 서민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금으로부터 4~5개월 후인 내년 4월이 물가 인상 쓰나가 현실화할 수 있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분업계는 주로 선물거래로 원자재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여파가 지금 즉시 반영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4~5개월 이상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환율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계엄 사태 이전부터 오르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탄핵 정국 전환이라는 특수 상황이 이에 기름을 부으면서 과도한 환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라면업계는 제분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의 관계자는 "라면업계에는 국내 제분사들의 가격 변동이 있을 때, 그 영향이 나타난다"면서 "아직까지는 제분업계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금으로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식품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은 지금은 가격을 올릴 때가 아니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시국이 이런데 가격을 올렸다가는 욕을 배로 먹을 것이기에,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의 고환율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7일 종가 기준 환율은 1438.90원에 달했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던 2022년 10월 24일, 달러당 1439원70전을 기록한 후 2년1개월여 만의 최고치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