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공공주택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 민간건설사가 사업을 총괄해 지을 수 있도록 '민간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게 골자로 'LH=공공주택' 프레임이 깨진 것이다.
18일 국토교통부는 '민간 공공주택 도입 시 주택도시기금의 안정적 운영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예산은 7000만원, 사업 수행기간은 6개월이다.
현재 공공주택사업 시행자는 LH가 공급량의 72%, 나머지 28%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공사가 맡고 있다. 국토부는 LH에 공공주택사업이 집중됨에 따라 품질 저하와 건설 전반에 대한 관리 소홀, 부실 감리 등의 문제가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LH는 공공주택 건설 부문을 사실상 독점하며 사업 전반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철근 누락 사태 등 부실시공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공공주택 건설 부문 경쟁 도입을 통해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민간 역량을 활용한 공급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민간공공주택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이뤄지는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협의체를 꾸려 진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민간공공주택은 건설사가 LH 공공택지를 매입해 시행, 시공, 분양 등을 총괄한다. 민간공공주택이 늘어나면 공공주택에도 민간 아파트 브랜드를 붙여 분양하는 게 가능해진다.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세의 90% 수준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책정된다.
특히 민간공공주택사업을 맡는 건설사는 주택도시기금을 융자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건설사 신용도를 평가해 담보를 설정하고 주택기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민간이 단독 시행하는 용지로 민간건설사에 분양할 용지의 세부 입지 조건과 지구계획 확정 절차, 사업 추진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민간 단독시행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 분석하는 한편 관련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발굴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세웠다.
현재 고금리, 공사비 급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민간공공주택사업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공공주택 민간임대는 2%대의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금융비용 부담이 적으며, 미분양 걱정 없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공사비 증액 상한선을 대폭 높이면서 건설사들이 우려했던 공사비 인상 문제가 일부 해소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설공사비지수 연간 변동률이 5%를 초과할 경우 절반만 증액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작년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통해 3%만 초과해도 초과분의 전액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면서 "공사비 조달이 수월해져 사업 여건이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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