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권 정치 브로커 명태균(54·구속)씨의 일명 '황금폰'(휴대전화 3대·USB 1개)을 확보한 가운데 그와 국민의힘 유력인사들의 유착 의혹 향방이 눈길을 모은다. 명씨 자신과 통화한 기록이 드러날 것이란 주장과 함께 일부 '잠룡'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 지칭)이 거명됐고, 반발과 침묵으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명씨의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18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 "지금 (명씨를) 매도하는 분들이 거짓을 얘기하는 거다. 얼마 안 있으면 들통날 얘기들인데 그렇게 마구 내지르면 안 된다"며 "핸드폰(황금폰) 포렌식이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명씨를 두고 홍 시장은 '정치 브로커는 상대 안 했다'고, 오 시장은 '두번 만났다'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나를 팔아먹었다'고 선을 그어왔다. 남 변호사는 "명씨로부터 도움받은 사람들이 손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핵관 2명'까지 포함해 명씨의 피의자신문조서나 복원된 통화내역에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 시장이 명씨에게 복당 도움을 요청했고 그 대상이 김 위원장인 통화가 남아있나'라는 질문에도 "(명씨가) 그렇게 저한테 얘기했다"며 주장했다. 다만 시기상 2021년 4·7 보궐선거로 오 시장이 당선된 직후 김 위원장은 물러났고, 그해 5월 무소속 의원이던 홍 시장이 복당을 신청해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최종 승인됐다.
남 변호사는 홍 시장이 명씨와 친밀했다며 '명씨를 모른다는 건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스스로가 홍준표 도지사 시절 경남도청의 정무조정실장을 지낸 측근 출신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명태균을 통해 김종인에게 복당 부탁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고발을 예고했다.
그는 "내 복당은 김종인 퇴출 이후 당대표 후보들이 경선에서 만장일치로 복당에 찬성했기 때문이고 그때 복당신청해 이 대표가 복당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어도 나는 누구처럼 사기꾼에게 놀아나지 않는다. 뇌물사범에게도 놀아나지 않는다"며 "명태균·강혜경을 여론조작범으로 고발한 후 두번째 고발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 시장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명씨 측에 직접대응 없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가운데 야권에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명씨와 접촉 후 '비밀유지'를 강조하면서도 황금폰 의혹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전날 창원교도소를 찾아 명씨를 30분간 접견했다고 전한 뒤, 명씨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이 철저히 비밀·비공개 요구를 했다"고 했다. 검찰에 제출된 황금폰에 대해선 "답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최종 통과 시 특검팀에 이첩,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검찰이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주거지 등 압수수색에서 일명 '법사폰'(휴대전화 2대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속인인 전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산하 네트워크본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등을 조력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