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다시 상승하고,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관련 테마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자암호 관련주인 아이씨티케이 주가가 전일 대비 18.81% 오른 8780원에 장을 마쳤다. 또 다른 수혜주로 꼽히는 한국첨단소재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갑자기 뛴 것은 최근 구글의 양자컴퓨터 관련 개발 소식 영향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지난 10일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24제곱)년 걸리는 문제를 5분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암호뿐 아니라 약물개발과 금융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에 빠르게 각광 받았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 간섭 등 양자역학적 특징을 활용해 고전 컴퓨터보다 빠르게 특정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산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연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전 컴퓨터의 처리 방식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개발 소식을 알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지난 11일 185달러선에서 이날 195달러까지 뛰었고, 아이온큐와 마벨 테크놀로지그룹, 허니웰, IBM 등이 관련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7달러에 불과했던 아이온큐 주가는 이날 43.84달러로 500% 이상 폭등했고, 마벨테크놀로지그룹과 IBM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53.47%, 34.25% 올랐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을 사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회사이고, IBM은 초전도체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19년 처음 양자컴퓨터를 선보인 뒤 2023년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등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에 국내에선 미국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을 묶은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선보인 'KOSEF 미국 양자컴퓨팅'은 아이온큐와 마벨, 허니웰, IBM, 구글 등 대표 종목들을 모두 담았다.
전날 상장한 이 ETF에는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상장 첫날 개인 투자자는 이 종목을 180억원어치 사들였고, 이날도 54억원이 순매수를 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ETF뿐 아니라 국내 기업 중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 선별에 나섰다. 한국첨단소재와 아이씨티케이뿐 아니라 드림시큐리티, 라온시큐어, 우리로 등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케이씨에스, 우리넷, 한울소재과학 등 양자암호 관련 네트워크, 통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의 기술개발 상황 등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으면서 주가 상승률은 크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하드웨어 개선과 구현의 어려움, 수요와 비용 문제 등이 남아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인 테마 형성으로 내년 관련 종목들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실제 상용화는 2030년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와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큰 한계인데, 장비 하나당 수십억원에 달하고 유지 비용도 비싸다"며 "복잡한 제조 공정과 큐비트 생성을 위한 소재와 시스템도 모두 비싸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은 미래를 선반영하는 지표"라며 "상용화는 2030년 내외겠지만 그 전에 충분히 기술적 이정표에 따라 추가적인 내러티브가 형성된다면 의미있는 테마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