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 가입… 물가와도 밀접
보험업계 "손해율 커 적자 우려"
조정논의 내년 초로 연기 가능성
보험업계 "손해율 커 적자 우려"
조정논의 내년 초로 연기 가능성
탄핵 정국 소용돌이에 연말 자동차보험 등 국민형 보험 상품의 보험료 조정 논의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정한 외환·금융 시장의 수습이 급선무로 현안 과제는 산적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민생 안정을 강조하며 경기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소비자 물가에 민감한 자동차보험료 조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에 대해선 보험업계가 요구한 보험료 인상을 제외하고 '4년 연속 인하' 또는 '동결'하는 안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18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성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각 사의 자동차보험 상품의 연간 손해율 등 추이를 파악하며 업계 간 소통해왔던 것과 달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 등을 위한 맞춤 대출 지원 방안 등 은행권의 추가 상생안을 이달 중 밝힌다고 해, 보험업권의 상생안으로 자동차보험이 부상할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민금융 보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은행권 등과 협의 중인 방안을 이번달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 일정에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등 내년 조정 방침에 대해선 인하 또는 동결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도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며 "계엄 사태 후 정국 혼돈으로 조정 논의가 내년 초로 연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료는 손해보험사들이 매년 조정 시기마다 자율적으로 인상 또는 인하, 동결 등 요율을 조정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일정 부분 협의를 거쳐 최종 요율을 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약 2000만명이 가입한 의무보험으로 해당 보험료가 즉각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물가와도 직접 연결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3년 연속 자동차보험료가 줄곧 내리면서 손해율 악화 등 여파가 크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통행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취급 손보사의 이익이 흑자 전환하자 보험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들의 부담 경감 차원에서 당정이 인하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대형 손보사 중심으로 최대 3% 보험료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3년 연속 보험료를 내린 데 이어 더이상 인하는 어렵고, 손해율 악화 등으로 적자 전환이 우려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동차보험 취급 12개사의 보험손익은 3322억원으로 1년 전(5559억원)보다 2237억원(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1년 상반기(4137억원), 2022년 상반기(6264억원) 등 흑자 기조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감소 전환했다.
올 하반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누적 기준 대형 손보사(삼성·DB·현대·KB)의 손해율은 81.5%로, 전년 동기(78.6%) 대비 3%포인트(p)가량 치솟았다. 지난 10월만 놓고보면 4개사의 평균 손해율은 85%로 뛰었다.
금융당국은 예년보다 가파른 손해율 상승 추세에 대해선 보험료 인상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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