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양자역학을 연극에 담은 독창적 극작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19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양자역학을 연극에 담은 독창적 극작가")
톰 스토파드
윤정용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연극은 삶의 은유이며, 삶은 연극을 반영한다. 이러한 연극관에 기반해 독창적인 극작품을 선보여온 작가가 톰 스토파드(1937~)다. 스토파드의 극은 '햄릿', '맥베스'와 같은 고전 작품이나 역사적 사건을 창조적으로 변형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에서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혼돈 이론에 이르는 온갖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사회 속 예술가의 위치, 정치와 예술의 관계 등 무거운 주제를 기발하게, 그러나 결코 얕지 않게 다룬다. 관객들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질문을 생동감 있는 인물과 상황 속에 녹여낸다.
스토파드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영국 극작가·각본가·영화감독이다. 고전 연극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침체되었던 영국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극예술의 기본 도구인 언어의 의미와 기능, 연극의 기본 개념, 극적 행동의 역할, 관객의 감상 태도 등 거의 모든 주제에 걸쳐 사실주의 연극에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관념을 뒤흔들었다.
대표작으로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1967), '곡예사들'(1972), '희작'(1974), '아카디아'(1993), '사랑의 발명'(1997)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는 자신이 직접 영화로 연출해 199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또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의 시나리오를 써서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크 노먼과 함께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은 스토파드의 주요 작품들을 살피며 스토파드가 무슨 사상을 극에 어떻게 녹여 냈는지 상세히 살핀다. 독자들은 스토파드의 작품 세계가 품은 무수한 지식과 사유를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통념과 전통을 가차없이 깨버리는 스토파드를 깊이 들여다 보는 것은 우리 삶을 다시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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