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 초청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이 진단했다.
이날 주요 기업 연구소장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며, 경제 리스크에 대응해 거시경제 지표·국가 신인도 관리, 경기 부양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소장들은 최근 가장 큰 대내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았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우호적 대외 환경으로 수출 경쟁력마저 약해지면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 반등 모멘텀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구소장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인상, 최근 국내 상황 변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정부·국회가 국정 운영 안정에 힘쓰고 거시 지표 관리, 대외 신인도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하면 금융·외환시장 안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유사한 정국과 비교해서는 2016년에는 대외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원화약세에 따른 수출개선효과가 원부자재 수입 단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지만, 최근 환율 급등 상황에서는 수출단가 하락에 의한 물량 확대효과가 과거보다 축소돼 기업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상승해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발(發) 강달러, 미중갈등 심화 등 구조적 경제 펀더멘털 악화가 누적되어온 과정에서 국내외 정치상황이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서정건 경희대학교 교수가 연사로 참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변화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보편관세 부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며 "과거 닉슨 대통령 시기의 사례를 볼 때 보편관세는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추후 무역적자 해소 등을 위해 보편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법) 등 보조금 정책 폐지에 대해서는 "법안처리 절차를 고려하면 IRA가 CHIPs법보다 폐기 가능성이 높다"며 "필리버스터의 적용을 받는 반도체과학법은 사실상 폐기가 어렵지만, IRA는 예산조정절차에 따라 단순다수결로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감세, 일자리법(TCJA) 연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IRA법 폐기 논의는 미국 의회 절차 규칙상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예산의 조속한 집행 등을 통해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실행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이 본래의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예정된 경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기업 부담 법안은 자제하고 무쟁점 경제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등 대외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 정부, 경제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기업경영경제연구소-대한상의 간담회'에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기업경영경제연구소-대한상의 간담회' 참석자. 대한상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