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19일 국회 사랑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 역사의 갈림길에서 두렵고도 놀라운 시간이었다"며 "저로서는 역시 희망은 국민 속에 있고 희망은 힘이 세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가 당면한 과제로 △탄핵 심판 절차의 차질 없는 진행 △국정협의체 가동 등 국정·민생 안정 △의회 외교 강화 총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 의장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나라 전체에 큰 부담이 되기에 소추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며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국정조사를 비롯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일에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누가 수권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으로 입증돼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틀로써 국정협의체의 구성과 가동이 시급한 만큼 여야 간 이견이 있지만 빠른 가동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우 의장은 국제사회에 한국의 상황을 전달하고 불필요한 우려를 갖지 않도록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초당적 의원 특사단 파견을 비롯한 의회 외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미 수교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국회 의장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며 "이에 더해 국회의장과 부의장들이 나서서 초청 외교를 대폭 강화하려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또 "외교 관계에 있어 조금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는 국회의장 특사 형식을 띠는 의원 외교단을 구성하기로 여야 간 합의를 해서 추진 중에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탄핵 사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올해 만으로 67세인 우 의장은 출입 통제로 국회 진입이 어려워지자 담을 넘었고 본회의 계엄 해제 과정에서는 침착함을 보여줬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는 56%를 얻어 주요 인물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우 의장은 이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우 의장은 "의장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것뿐인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동안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짚었다. 우 의장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의 국회를 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국회의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서 치열한 선거를 치러서 국회의장이 됐는데 제 임기는 2026년 5월 30일까지"라고 했다.
우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은 강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우 의장은 "아직 여야의 갈등이 남아 있고 헌법 재판이라고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대한민국은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가로서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안전하고 안정돼 있다"고 자신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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