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15시30분 종가)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3원에 개장했다.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7.5원 오른 것으로 개장 후에도 1450원 초반대의 움직임을 계속 이어갔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간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매파적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예상대로 25bp(1bp=0.01%포인트) 내리며 세차례 연속 인하를 이어갔지만, 내년 금리인하 폭은 기존 100bp에서 50bp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미 연준은 새로 제시한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두 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은 4회 인하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하 횟수 축소와 인하 지연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 반등과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두차례밖에 없었던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찍은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단 두번밖에 없다.
내수부진, 수출 둔화로 저성장 우려가 커진 상황에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달러 강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원화 가치는 약세를 이어가 고환율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국내 경제 성장률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경기를 부양시키려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다음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과 내후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로 낮아진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극적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새 산출 방식으로 추정한 2024~2026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로 제시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연평균 5.0%에서 15년 뒤인 2016~2020년 절반 수준인 2% 중반으로 급락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포함한 2021~2023년 2.1%로 더 떨어졌고 2024~2026년 2.0%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 예산안이 오히려 내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을 경고하며 연일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단기적 경기 부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올리고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생산성을 키워야 0%대 잠재성장률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조언이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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