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업 측은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기업의 합병비율 산정 문제 등에 대해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19일 상법 개정 관련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기업의 잘못된 행동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잘못된 사건만을 특정하는 법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경영진 잘못에 대한 사회적 응징이 사회규범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5% 미만의 주식 지분으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전체 주주에게 공평하게 운영하면 되는데, 한번씩 투자자들이 충격받을 만한 일들이 발생하고,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모두 반대하는 듯한 의견도 나왔다. 이 대표가 상법 개정이 상장회사뿐 아니라 비상장법인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상장회사에만 잘라서 적용한다면 동의가 가능한가?"라고 묻자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상법에 들어가든, 자본시장법에 들어가든 이사의 충실의무가 해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 교수는 "충실의무 자체에 대한 전제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주주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에 주주 안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실의무는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의무인 만큼 회사와 주주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주주간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법 개정보다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논쟁사안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소액주주 측은 이 같은 '선언적' 문구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경영진 측은 이로 인한 이해상충 문제와 송사 확대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같은 경영진 측의 입장을 고려해 회사의 합병과 분할 등 자본거래에 한정해 소액주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은 상법 개정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2개 법안의 개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토론에 투자자측으로 참여한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마치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계열사 등으로 꼼수를 부리지 않는 이상 회사의 회장이 좋으면 소액주주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주주는 그 회사를 좋아해서 산 사람이 대부분인데, 소액주주를 태클 거는 사람처럼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결국 비례적 이익을 못 받아들인다는 경영진 측의 말은 어떤 주주의 이익이 다른 주주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어떤 주주에게는 유리하게, 다른 주주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해서는 투자자 측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은 최근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사안만 뽑은 것이고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원칙규정"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최근 고려아연의 고가의 자사주매입 이후 저가 유상증자 발행과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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