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불이행시 약 20만달러 패널티
교보 "절반도 안 되는 19만원대 낮아질 수도"
교보 "절반도 안 되는 19만원대 낮아질 수도"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CC는 신창재 회장 측이 30일 이내로 외부기관으로부터 감정평가인을 선임해 평가보고서를 제출 후, 1주당 공정시장가격(FMV)을 정한 뒤 투자자들의 주식을 돼 사주라고 판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에 약 20만달러의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1년 1차 중재안 때는 풋옵션 행사 권리는 유효하되, FI 측에서 제시한 약 41만원으로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주장한 풋옵션 가격을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양측이 합의해 재산정한 가격을 신 회장 측이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이 이 과정에서 별도의 회계법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FI 측은 다시 한번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번 분쟁을 제기한 FI 측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바 있다. 주주 간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후 교보생명 IPO 불발로 FI 측은 2018년 1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제 중재 분쟁으로 이어졌다.
신 회장 측은 이번 2차 판결에 대해 "감정평가기관 선임 결정은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 하자는 것"이라며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41만원이 아닌, 절반도 안 되는 10만원 후반대로 대폭 낮아진 수준에서 풋옵션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정이 1차 중재판정부의 판정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음에도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결정한 것은 1차 판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신 의장 측은 "국제중재는 단 한 번의 판정으로 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단심제로 운영된다"며 "중재판정이 내려지면 기판력이 발생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없기에 2차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 청구 내용 대부분을 기각하면서도 신 의장으로 하여금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도록 결정해 1차 중재 판정에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이 FI의 초기 투자 가격인 24만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를 1주당 41만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어피니티 측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인 18만~21만원(크레디트스위스)과 큰 차이가 있다. 교보생명의 시장가격이 1주당 20만원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안진회계법인은 이보다 두배에 이르는 가격을 풋주식의 공정시장가격(FMV)으로 산정한 것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는 주당 20만원을 넘지 못하는 것도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산정된 가격이다.
일각에서는 감정평가기관 선임 과정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풋옵션 FMV 산출 과정에서 어피니티와의 부정공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시장 가격과 괴리된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며 "이미 수년간의 소송으로 논란이 된 사안에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설 회계법인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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