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강화·탄소중립…
변화 대응할 장기로드맵 부족"
정부는 '정권 눈치 보기' 급급
체코 원전수출 등 사업 불투명
변화 대응할 장기로드맵 부족"
정부는 '정권 눈치 보기' 급급
체코 원전수출 등 사업 불투명
![[기획] 尹탄핵발 동력 상실에 R&D 대폭 삭감… 도로 탈원전?](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2002100231731001[1].jpg "[기획] 尹탄핵발 동력 상실에 R&D 대폭 삭감… 도로 탈원전?")
본격적인 탄핵정국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국가 에너지 대계가 방향타를 잃고, 갈짓자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해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수출,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등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욱이 국정 주도권이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의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리면서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다시금 탈원전으로 회귀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수술대에 오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1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탄핵 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에너지 정책은 매번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은 확대·축소 등을 반복하며 에너지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워 왔다.
특히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이념과 진영에 따라 갈라져 진보 정권에선 원전 축소·재생에너지 확대, 보수 정권에선 원전 확대·재생에너지 축소 등이 번갈아 가며 추진돼 왔다. 이로 인해 에너지 관련 산업계와 연구계는 어느 정권이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해 에너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익명의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가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추진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와 결부돼 정권마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면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영향으로 현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확대 정책은 추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일관성 있는 에너지 정책 추진보다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산업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연내 확정하려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계획에 2038년까지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어 자칫 국정 주도권을 쥔 야당에 찍힐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체코 원전 수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내년 3월 체코 원전 최종협상자 선정을 앞두고 계엄과 탄핵이라는 국내발 리스크가 불거져 체코 정부도 우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을 통해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하게 될 경우 원전 수출 확대와 신규 원전 건설에 비상등이 켜질 수도 있다.
탄소중립과 같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은 벌써부터 커다란 난관을 만났다. 민주당 단독으로 민관 합작 선진원자로(SFR) 개발사업 예산을 90% 삭감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시작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예산은 올해보다 93% 늘어난 530억원으로 확정돼 한숨을 돌렸다.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와는 국내외 에너지 상황에 크게 달라져 원자력 없이는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간신히 회복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또다시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에너지 대란에 직면하고, 원자력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돼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데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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