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6개 법안 거부권 행사 비판
조기대선 가능성에 역풍 우려도
내란·김건희 특검이 '마지노선'
조기대선 가능성에 역풍 우려도
내란·김건희 특검이 '마지노선'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딜레마'를 겪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당내에서 탄핵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담당할 국회 몫 추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권을 한 권한대행이 쥐고 있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역풍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이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즉각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에게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며 거부권으로 국회를 무력화했던 윤석열이 겹쳐 보인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놓고는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노 원내대변인은 "엄중히 경고한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며 "선을 넘지 마라. 국민의 분노를 확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만 했다.
민주당은 당초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한 권한대행을 지목하고 탄핵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되면서 한 권한대행이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조약체결 비준권, 재의요구권 등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자마자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하면 국정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고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더라도 후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주당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이날 6개 쟁점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지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에도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을 서둘러 탄핵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안이 안 만들어진 상황에서 재의요구는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특검 수용 압박에 나서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은 이르지만 한 권한대행이 특검을 거부하고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지연시킨다면 탄핵 여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언제든 한 권한대행의 탄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는 거부권 행사 관련해 즉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상설특검 추천위원 추천 절차 착수, 국회가 통과시킨 특검법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등 권한대행이 해야 할 여러 일이 있고 한 권한대행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내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진행, 두 가지를 방해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0일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등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